Key Word: #기업의 생존의 방정식 #운영 역량의 중요성 #프로세스 혁신 #프로세스 혁신의 출발점 #프로세스 설계 # 중소기업의 프로세스 혁신
임근석 (공학박사, 공인회계사)
1) 기업의 생존 방정식
기업이 다른 기업보다 더 오래 생존하고 번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독보적인 기술, 우호적인 시장환경, 효율적인 생산공정, 창의적인 아이디어 등과 같은 수많은 요인들을 꼽을 수 있다. 기업의 최종 목표(Output, y)를 장기적인 생존이라고 했을 때 이를 결정하는 요인(Input, x)들은 많지만, 기존의 연구들은 역량과 활동으로 압축하고 있다. 환경요인을 제외한 내부적인 요인들을 추상화한 결과이다.
y(생존) = f(역량, 활동)
현재 보유 역량(Capability)이 경영활동(Activity)과 결합하는 방식에 따라 기업의 가치를 창출하거나, 파괴하는 것으로 생존과의 관계를 해석할 수 있다. 또 하나의 요인으로 경영자원(Resource)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역량의 일부로 보는 게 타당하겠다. 역량 자체가 효율성 개념으로서 Input으로 Resource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량이란 ‘Input을 의도한 Output으로 전환하기 위한 상대적인 효율성’으로 정의할 수 있다. 기업에게 중요한 역량은 마케팅, R&D와 운영역량으로 나눌 수 있다. R&D역량과 마케팅 역량은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여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운영(Operation)역량은 제품 및 서비스 공급으로부터 이익을 획득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기업의 활동은 크게 혁신관련 활동과 자원관련 활동으로 나눌 수 있다. 혁신관련 활동은 신제품 개발, 새로운 가격설정 및 마케팅과 관련한 활동이다. 자원관련 활동은 운영과 A/S, 인수합병, 생산능력 증대 등과 같은 활동을 말한다.
2) 운영역량 확보와 혁신활동의 중요성
직관적으로 기업의 생존에 더 중요한 역량은 마케팅과 R&D 역량일 것 같다. 특히, 경쟁이 심하고 시장 진입 및 퇴출이 많으며, 제품의 수명주기가 짧아 가장 슘페터적인 산업이라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산업과 같은 경우 R&D와 마케팅 역량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그런데, 소프트웨어 산업을 대상으로 한 실증조사에서 이런 예상과는 다른 결과가 나온 흥미로운 연구가 있다. 870여개 소프트웨어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운영역량이 기업의 생존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낮은 운영역량을 가진 기업들은 높은 운영역량을 보유한 기업과 비교 시 실패 위험이 약 5배 높았다.
콜럼비아대학 경영대의 Amar Bhide 교수가 실시한 또 다른 설문조사에서는 성장회사의 12%만이 그들의 성공을 비범한 아이디어 덕분이라고 했고, 88%는 성공의 원인을 주로 평범한 아이디어의 탁월한 실행이라고 응답했다.
온라인 신경제에서도 운영 역량의 힘은 확인된다. 새벽배송 업체 중 유일하게 흑자를 내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오아시스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다. 선발주자인 마켓컬리보다 출발이 3년 늦었지만, 최근 3년새 매출액은 2018년 1,111억원에서 2020년 2,386억원으로 2배넘게 뛰었으며, 영업이익도 3억원에서 97억원으로 급증하였다. 마켓컬리와 쓱(SSG)닷컴의 2020년 영업손실 규모가 각각 1,163억, 469억원이었다고 하니 대조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 셈이다. 오아시스의 흑자비결은 ‘재고관리의 효율화’이다. 생산자 직거래가 기본인 ‘생협’시스템을 바탕으로 온, 오프라인 채널을 효과적으로 운영한다. 비용관리도 철저하여 판매관리비 비율이 경쟁사 대비 훨씬 낮은 22%를 보이고 있다. 마켓컬리가 30%, 헬로네이처가 55%수준이다. 철저하게 가격, 제품, 입소문에 의지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여 비용을 낮추고 있는 것이다.
한편 앞에서 언급한 소프트웨어 기업들을 분석한 연구 결과를 보면 기업의 생존에 더 영향을 주는 활동은 신제품 개발, 마케팅 활동과 같은 혁신 관련 활동이었다.
결론적으로 운영 역량을 확보한 기업이 혁신관련 활동을 수행할 때 기업의 성장 및 생존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3)운영역량과 프로세스 혁신(Process Innovation)
운영역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업무프로세스(Business Process)를 혁신해야 한다. 운영은 일반적으로 업무 목표, 업무 활동, 인력 및 인프라 등으로 분해할 수 있다. 운영을 시스템적인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표현한 것이 업무 프로세스라 할 수 있다. 업무 프로세스는 다음과 같이 이루어져 있다.
- 프로세스 목표
- Input/Output(산출물)
- 업무 활동(Activity)
- 역할 및 책임
- 정보 시스템 및 설비 인프라
업무 프로세스 혁신은 범위에 따라 협의 개념과 광의의 개념이 있을 수 있다. 가장 협소하게는 일하는 방식 즉 활동(activity)과 산출물을 중심으로 정의할 수 있다. 그러나 일하는 방식의 변화는 역할, 조직 기능 및 경영 자원 할당의 변화를 초래한다. 따라서 광의적 개념은 조직혁신, 사업모델 혁신, 설비 및 정보 시스템과 같은 인프라 혁신을 포함한다. 운영 역량과 관련된 프로세스 혁신은 광의의 정의가 보다 의도에 가깝다. 또, 광의의 개념으로 이해하면 기업의 혁신을 제품 혁신과 프로세스 혁신으로 단순하게 구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4)프로세스 혁신의 출발점
프로세스 혁신의 계기가 무엇이든, 출발점은 현재의 문제점 파악이다. 즉 현재의 문제를 정확하게 이해를 해야 개선을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에서는 긴 고객 Claim 대응시간, 높은 불량률, 재고수불의 불일치와 원가 파악의 어려움과 같이 해결해야 할 이미 알려진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
그러나 연륜이 있는 기업은 현재 운영에 숨어 있는 비효율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조직구성원들이 현재 업무 방식에 익숙해져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기업은 현 문제점을 의도적으로 파악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 경우 프로세스의 문제점을 해당 프로세스가 달성해야 할 지표상의 목표와 현수준의 차이(Gap)로 정의한다. 문제점 자체가 목표와 대비된 상대적 개념이기 때문에, 컨설팅 업계에서는 ‘문제점’라고 직접적으로 칭하기 보다 ‘프로세스 이슈’라고 칭한다.
현 프로세스 이슈 = 프로세스 목표 – 프로세스 현재 성과
위 정의에 따라 프로세스 이슈를 파악하려면 세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프로세스의 성과를 측정하는 지표, 목표 수준과 현 수준에 대한 정보이다.
- 프로세스 지표: 프로세스의 성과를 측정할 지표(Indicator)를 말한다. 생산 프로세스의 경우는 생산 소요시간(Lead Time), 불량률, 시간당 생산량 등이 될 수 있다. A/S프로세스는 Claim처리시간, 건당 처리비용, 고객 만족도 등이 될 수 있다.
- 프로세스 목표: 프로세스 지표 별 목표를 관리하는 경우가 많지 않으므로, 경쟁사 혹은 업계의 Best Practice 수준을 파악한 후 프로세스 개선 시 달성할 목표를 설정할 수 있다.
- 프로세스 현재 성과 : 프로세스 지표별로 회사의 현재 성과 수준을 파악해야 한다. 측정, 관찰 및 경험치 인터뷰 조사 등의 방법으로 구한다.
프로세스 이슈를 파악을 위해 업무담당자 인터뷰, 경쟁사 리서치, 팀 단위 Workshop과 같은 방법을 활용한다.
5)프로세스 재설계와 성과측정
프로세스 문제점을 파악했으면, 다음 단계로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프로세스 재설계(Redesign 혹은 Reengineering)에 착수한다. 프로세스를 재설계 할 때는 아래와 같은 다양한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 업무 기능(Function)의 추가 혹은 삭제 등 재조정
- 업무활동(Activity)의 추가, 삭제 및 순서 조정
- 인력의 할당 및 역할 조정
- 산출물의 재 조정
- 업무수행 시스템 인프라의 조정
- 프로세스 간 정보 흐름의 단절 해소
- 설비 자동화 혹은 검수를 위한 신규 디바이스 등의 도입 등
프로세스를 재설계 하려면 동종 업종의 사례에 대한 조사는 물론이고, 현장 담당자의 의견 청취는 필수다. 또, 새로운 아이디어 도출을 위한 Workshop과 같은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 토론과 Communication을 촉진하고 개선과 개선 후를 가시화하기 위해 프로세스 Map과 같은 기법의 활용이 권장된다. 복잡한 상황에서는 체계적으로 접근하기 위해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바람직하다.
프로세스를 재설계 한 후에는 변경 프로세스에 대해 공지하고 필요시 변경 프로세스를 구현한 정보시스템에 대해 사전 교육훈련을 실시한다. 변경 프로세스 실행은 간단한 업무 변경이면 바로 변경 설계안을 적용하나, 복잡한 경우에는 약 1개월 이상의 시험적용 기간을 두는 것이 적용의 혼란을 줄일 수 있다. 프로세스 변화가 크고 중요할 경우 현업 부서의 적용 지원을 위해 교육훈련과 Help Desk역할을 담당하는 조직을 한시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변경 프로세스를 적용한 후 약 3개월이 지난 후에는 변경 프로세스의 성과를 측정해 볼 필요가 있다. 당초 재설계의 목표가 달성되었는 지를 확인하고, 부족한 점이 있는 경우 추가 조정을 시행한다.
6)중소기업을 위한 몇 가지 조언
프로세스 개선은 중소기업의 생존과 직결된 중요한 Agenda이지만, 인력 부족과 노하우 부족으로 손을 놓고 있는 경우가 많다. 고질적인 문제를 알고는 있지만 하루하루 운영에 쫓겨 문제를 방치하고 있는 경우라 하겠다.
중소기업이 Resource(인력, 투자)부족 때문에 별도의 조직을 만들어 추진하기 어렵다면, 현장의 담당자들이 적은 규모로 문제를 분해해서 해결을 꾸준히 추진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작은 문제라도 해결을 위해 관련 부서의 인력이 참여하는 협업조직(Task Force)을 만들어 접근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하나를 해결하고 수행의 자신감을 얻어 또 다른 문제를 찾아 해결하는 식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
또, 경영정보시스템 혹은 현장 운영시스템에 프로세스 변화를 반영하여 빠른 시간 내 변화를 안정시켜야 하지만, 투자 여력상 단기 내 정보시스템 투자가 어렵다면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단기에는 Spread Sheet나 업무 Template를 만들어 활용하고 중기적으로 해당 경험을 활용하여 정보시스템 도입이 실패하지 않을 방안을 만들 수 있다.
Shanling Li, Jennifer Shang and Sandra A. Slaughter(2010), “Why Do Software Firms Fail? Capabilities, Competitive Actions, and Firm Survival in the Software Industry from 1995 to 2007”, Information Systems Research , September 2010, Vol. 21, No. 3
한겨레신문, ” ‘유일한 흑자’ 새벽배송 오아시스의 진격, 계속될 수 있을까” (2021.6.3)